Wednesday, November 20, 2019

Bach 무반주첼로조곡 by Pablo Casals

첼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니 좋아하지 않더라도 익숙한 곡이라면 누구나 바흐의 무반주첼로조곡 1악장을 꼽을 것이다.
이 작품은 오랫동안 알려지지 않았다가 우연히 스페인의 한 고서점에서 한 소년에 의해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 소년이 바로 파블로 카잘스이고 작품에 매료된 이 소년은 연구와 연습을 거쳐 최초로 이 작품 전곡을 연주한 사람이 되었다고 한다. 무척 재미있는 에피소드다. 전곡을 연주하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할까 하는 생각이 들수도 있지만 작품의 길이와 연주 기교에 더해져 첼로 하나로 반주 없이 끝까지 연주를 한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

내가 카잘스의 바흐를 들은 것은 정확한 시기는 생각이 나지 않지만 대학교 입학했을 무렵이었다고 기억한다. 한 살많은 외사촌 오빠 방에서 우연하게 카잘스의 CD를 봤는데 특이하게도 두개의 CD 케이스가 연결된 것이다. 그러니까 그많큼 곡이 많거나 길다는 뜻인데 수록된 건 단지 "6 Suites" 뿐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CD를 들었는데 첼로에 무지한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첼로 특유의 낮은 울림이 있는 소리와 리듬이 뇌리에 박혔다. 당시만 해도 클래식이라면 관현악단의 연주나 피아노 독주가 유행이던 때라 그다지 현악기 연주를 듣지 못했던 때라 더 인상이 깊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역시 예술가는 음악을 들어도 일반인과는 다르구나 하는 생각도 했었다. 사촌오빠는 미술을 전공했기 때문이다. 오빠랑 얘기하다가 음악얘기가 나오면서 첼로 연주에 대한 감상을 말했더니 갑자기 그 곡이 좋으면 가져도 좋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냥 한 얘기에 이렇게 호응을 해주면서 주다니 좀 미안하기도 하고 뜬금없기도 하고 그래도 그 곡이 맘에 들었으니 거부는 안하고 냉큼 받아왔다. 그 이후 CD는 아직도 내가 가지고 있다. 지금은 CD도 안들으니 이사할때마다 조금씩 모아놓았던 CD를 정리를 하는 와중에도 끈질기게 살아남아 거의 30년을 넘게 CD 박스안에 모셔져 있다. 요즘처럼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곡을 들을수 있는 환경에서는 CD플레이어가 없으면 들을수도 없는, 어떻게 보면 불필요한 물건임에도 불구하고, 하루에 한번씩 들을정도로 빠진 곡도 아닌데 왜 이 곡만은 늘 버릴수가 없었는지 나조차도 설명이 안된다.

평론가의 설명이나 클래식음악에 대한 지식이 없이 그저 이 곡을 들으면 첼로의 약간 무겁고 낮은 소리에서 조용하고 편안하고 안정감이 들으면서도 때때로 경쾌한 느낌이 든다. 이것은 전적으로 내 개인적인 감상일뿐이다. 그래서 나한테는 혼자 있을때, 무언가를 깊이 생각하고 고민해야 할때 가장 많이 듣는 곡이다. 이 곡으로 인해 첼로까지 좋아하게 되면서 기회가 되면 직접 첼로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당시 한국에서는 안타깝게도 첼로를 가르치는 곳도 전공자를 제외하고는 취미로 하려는 사람도 거의 없었고 그러니 악기를 구하는 것도 어려운, 무엇보다도 돈이 많이 드는 것이 문제였다.

미국에 와서 아이들 덕분에 첼로를 옆에 두고 잘하지는 않지만 아이가 연주하니 첼로를 자주 들을수 있어서 기뻤다. 큰 아이 역시 내가 첼로를 좋아하고 그 중에 바흐의 첼로조곡을 가장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어서 다른 건 연습을 안하면서도 1악장은 열심히 연습을 한다.나름 엄마를 생각해서 하는 것 같아 기특하다. 매끄러운 연주는 아니지만 연주로만 듣던 그 어려운 곡을 아이가 라이브로 한다는 것도 큰 기쁨이다.
큰 아이가 군대를 가면서 가지고 가지 못한 첼로를 내가 보관하면서 오랫동안 꿈으로만 생각한 첼로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물론 그것도 한국에 와야 하는 관계로 몇 달 하지 못했으니 시도를 했다는데에만 의의를 두기로 했다. 한국으로 올때 운반비가 비싸서 첼로를 가지고 오지 않기로 한 결정을 지금은 가장 후회한다. 누가 연주를 하던 가지고 오면 언젠가는 다시 한번 첼로연주에 도전할수 있었을텐데 하는 안타까움이다. 그 안타까움은 카잘스의 연주를 듣는 것으로 달랠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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