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November 11, 2019

오늘 같은 밤이면 by 박정운

이제 3년만 있으면 결혼 30주년이 된다. 평소에는 아무런 느낌이 없는데 이렇게 굳이 연도를 생각하면 내가 정말 한 남자랑 이렇게 오래 살았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나도 이렇게 많이 늙었구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 사실 결혼 30주년 40주년을 맞이한 부부를 보면 나이가 6,70대인 어르신들인데 내 자신을 거기에 대입하려니 괜히 거부하고 싶어지는게 여자의 본성일까. 그래서 시조카의 아이들이 나를 할머니라고 말하는 걸 들을때마다 과잉반응을 한다. 남이 나이드는 건 순리라고 생각하면서 내가 나이먹는건 이렇게 온 몸을 다해서 거부를 하고 있는게 그 자체로 나이를 실감한다는 반증일 것이다.

내가 결혼하던 당시에는 제주도가 가장 이상적인 신혼여행지였는데 점점 해외로 눈을 돌리는 시기라 동남아나 괌, 사이판, 거기에 돈 많은 집안들의 경우에는 하와이나 유럽까지 가는 커플들도 있었다. 나 역사 당시 항공사에 근무한 배경으로 하와이를 가고 싶었지만 뼛속까지 가부장적인 생각을 가진 공무원이셨던 아버지의 반대로 괌으로 가기로 결정을 했다. 그나마 항공사직원찬스를 사용해서 아주 싼 가격으로 비지니스를 예약할수 있었다. 도착지에서도 신혼여행이라고 둘만을 위한 가이드를 고용했다. 이 가이드가 생각보다 젊은 사람인데다가 한국가요를 좋아하는지 자동차만 타면 한국노래를 틀어대는데 당시에는 한류도 없었고 인터넷이 발달되지도 않았으니 한국노래도 약간 시간차가 생겨서 약간 유행이 지난 노래를 들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신혼여행중에 주구창창 들었던 노래가 바로 이 "오늘 같은 밤이면"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어릴때부터 팝송에 관심이 많았던지라 영어공부를 위해서도 팝송을 듣고 다녔기 때문에 한국가요는 상대적으로 많이 듣지 않았다. 그래서 박정운이란 가수도 몰랐고 그가 부른 이 노래는 나중에 찾아보니 1991년에 발표가 됬다고 하는데 자세히 알지도 못했다. 그러던 것이 타국으로 간 신혼여행지에서 타의에 의해 이 노래만 거의 일주일을 듣다보니 중독이 된 듯하다. 가사도 신혼여행에 맞는 것 같고 발라드라 신혼 분위기에 어울리고 목소리도 내가 좋아하는 타입이라 여행 내내 입에 달고 다니게 되었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 사진정리를 하다 보니 방문한 장소나 찍은 사진을 보면 이 노래가 먼저 생각이 나게 되고 그 이후부터 이 노래를 듣게 되면 자연스럽게 신혼여행을 갔던 괌이 생각나게 되었다.

신혼여행을 간지 27년이 흘렀는데 그 이후로 많은 곳을 돌아다니면서 정말 멋있는 곳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못가본 곳이 많이 있기 때문에 다시 괌을 방문할 계획은 아직 없다. 단지 괌은 일생에 한번뿐인 신혼여행지였기에 의미가 있었던 것이지 콩깍지가 벗겨진 지금은 아마도 그 때 느낀 기분이나 감정을 가질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노래는 들을때마다 신혼여행이 생각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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