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October 22, 2019

캐리비안의 해적 OST

개인적으로 캐리비안의 해적은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이유는 영화자체가 아니라 내 영어실력 때문이었다. 첫번째 영화인 플랙펄의 저주가 나온것이 2003년이었는데 당시는 그 영화에 관심이 없어서 보지 않았고 2005년 미국으로 가면서 두번째 영화인 망자의 함을 현지에서 본 것이다. 현대영어가 아닌것도 어려웠는데 배우들의 발음도 알아듣기 어려웠는데다가 자막도 없으니 영화의 전체적인 내용은 알았지만 대사가 주는 깨알같은 재미를 느끼기 어려웠던 것이다. 한마디로 영어실력이 높지 않았기 때문에 재미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OST도 그다지 관심이 없었는데 아이들 학교 오케스트라가 이영화의 주제가를 연주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훌륭하게 연주를 한 것이다. 인기가 많았던 영화이니 연주를 하는 학생들이나 관객들에게도 인기가 많아 공감대 형성이 잘되었고 연주하는 아이들 수준에 맞게 편곡을 한것도 바람직했다. 그 이후로는 영화보다는 늘 OST를 더 좋아하게 되었고 그래서 한국에 올때 자막이 있는 영화를 보곤 했었다.

지금도 주제가를 들으면 학교강당에서 연주하는 아이들이 떠오른다. 연주도 연주지만 연주를 하는 아이들의 얼굴이 모두 미소를 띠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개 피날레로 이 곡을 연주했기 때문에 관객으로 온 학부모들의 열광적인 환호성을 들을수 있기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스스로 즐기면서 연주를 할수 있다는 것이 가장 멋있는 점이었다. 연주를 하는 아이들의 미소를 볼때마다 큰 아이에게 처음 첼로를 시킬때가 생각이 난다. 초등학교 5학년무렵 학교에서 오케스트라부를 신설한다고 하기에 덜커덕 아이에게 첼로를 주고 입단을 시켰다. 먼저 일주일에 3번 방과후에 악기별로 모여서 연습을 시킨다고 했다. 연습을 어떻게 시키는지 보지는 못했지만 스스로 원해서가 아니라 엄마가 억지로 데려다 놓은것이니 하기가 싫었을 것이다. 연습날만 되면 집으로 오지 않아서 시간맞춰 데리고 가느라 학교와 아파트를 뒤져서 아이를 찾아다니곤 했었다. 그리고 오케스트라부는 전체적으로 모여서 맞춰볼 기회도 없이 학교와 강사간의 문제로 인해 3,4달만에 흐지부지 없어지고 말았다.

다음해에 미국에 갔더니 역시 오케스트라반이 있어서 이번에도 무조건 집어넣었다. 여름방학 특강부터 집어넣었는데 흥미롭게도 3주 연습을 하고 마지막에 공연을 한다고 한다. 도대체 3주연습을 해서 공연할 레퍼토리가 있을까가 궁금했는데 결국 공연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약 30분 정도 짧았지만 그래도 공연은 공연이었고 더구나 피날레는 007영화 주제가였는데 그 곡을 위해서 아이들이 선글래스를 끼는 퍼포먼스까지 했다. 당연히 학부모가 전부인 관객은 기립박수로 화답을 했고 아이들은 첫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것에 대한 자부심을 보였다. 우리 아이는 그때부터 첼로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내가 주목한 것은 가르치는 방식과 학부모의 자세였다. 한국에서와 달리 미국학교에서는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를 모두 같이 놓고 한 선생님이 지도를 했다. 거기에 고등학생이 파트별로 한두명씩 자원봉사자로 참여해서 아이들과 같이 연주를 했다. 파트별로 모이는 것이 아니라 전체가 모이니 다른 악기의 소리를 들어가면서 연습을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거기에 마지막에 공연을 마련한 것은 그동안의 노력의 성과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동안 열심히 연습했다고 학부모들이 한자리에 모여 칭찬을 해주는 것이다. 미국의 특별활동수업은 늘 이런식으로 단기간 연습을 하더라도 마무리는 꼭 부모들을 불러다가 보여주는 시간을 가진다. 심지어는 처음 연주하는 플륫을 3주 연습해서 달랑 도레미파솔라시도만 부는것도 공연이라고 이름을 붙이니 애초에 기대를 크게 안하는 것이 좋다. 그래도 부담없이 모여서 칭찬해주고 박수쳐주니 아이들도 즐기면서 하게 되는 것이다.

오케스트라 질적인 면을 떠나서 아이들에게 즐거운 경험이 되고 추억이 되는 활동을 시키는 방식이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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